self-portrait in heterotopia 헤테로토피아 속 자화상_2020-, installation, white porcelain, drawing, partially glazed, 1280℃ oxidation firing, dimensions variable
이 작업은 긴 유학생활 동안 내가 통과했던 서로 다른 공간들에서의 경험에서 출발한다.
가장 편안하고 안전했던 학교, 내가 유일한 아시아인이었던 인쇄 공장, 그리고 나와 같은 아시아인들만 일하던 스시집. 공간은 달랐지만 그 안에 있던 ‘나’는 언제나 동일한 한 사람이었다.
그러나 공간이 바뀔 때마다 나는 반복적으로 혼란스러운 감정을 경험했다. 각 공간은 나에게 서로 다른 역할과 태도를 요구했고, 나는 그 요구에 맞추어 주어진 일을 수행해야 했다. 그 시간들은 분명 현실의 일부였지만, 동시에 어딘가 어긋나 있고 비현실적인 감각을 동반한 시간들이었다.
미셸 푸코가 말한 ‘헤테로토피아(heterotopia)’는 현실 속에 존재하지만, 일상의 질서와 규칙에서 벗어난 ‘다른 공간’을 의미한다. 이 작업에서 내가 경험한 학교, 공장, 식당은 모두 현실적인 장소이지만, 외부인이자 노동자로서의 나에게는 정상적인 일상의 연속이라기보다 서로 단절되고 중첩된 이질적인 공간으로 작동했다.
작품 속에서 반복적으로 등장하는 신체의 일부, 불완전한 구조, 서로 닮았지만 미묘하게 다른 형태들은 동일한 ‘나’가 각기 다른 헤테로토피아 속에서 분절되고 재배치되는 상태, 자아의 파편화를 시각화한 것이다. 이 조각들은 특정 인물이나 사건을 재현하기보다는, 공간이 개인의 정체성과 감각을 어떻게 변화시키는지를 보여주는 흔적에 가깝다.
이 작업은 하나의 자아가 여러 공간을 통과하며 겪는 균열과 적응의 과정, 그리고 그 과정에서 발생하는 불편함과 무감각, 이상한 안정감을 동시에 담고 있다. 나에게 이 작업은 과거의 특정 장소를 설명하기보다는, ‘어디에도 완전히 속하지 못한 채 기능해야 했던 시간들’을 물질로 남기는 시도이다.